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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 잊혀진 미국 역사, 섬세한 연출력, 뛰어난 연기

by yebongmibong 2025. 6. 18.

2023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 범죄 드라마로, 미국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오세이지 원주민 부족을 중심으로 벌어진 ‘오세이지 살인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닌 인종과 권력, 탐욕, 침묵 속의 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사회 고발적인 작품이다. 오세이지 부족은 석유로 막대한 부를 이루었지만, 그 부는 곧 백인들의 타깃이 되었다. 영화는 실제 역사에 기반하여 백인들이 어떻게 인디언 부족을 말살했는지, 시스템적 폭력과 국가의 무관심 속에서 어떤 비극이 발생했는지를 매우 사실적이고 냉정하게 그려낸다. 스코세이지는 기존의 갱스터 영화 스타일에서 한발 물러나 침묵과 절제를 통해 오히려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 영화로 다시금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했다.

1. 잊혀진 미국 역사의 한 장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미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장면 중 하나를 영화로 되살려낸다. 오세이지 부족은 석유 발견으로 인해 일약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공동체가 되었고, 각 부족원들은 연방 정부로부터 배당금을 받으며 생활했다. 하지만 그 부는 곧 백인 사회의 질투와 탐욕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이들은 결혼과 살인을 통해 오세이지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는 조직적인 범죄의 희생양이 되었다. 영화는 이 끔찍한 사실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정의와 평등의 이름 아래서도 특정 집단을 착취하고 억압했는지를 역사적으로 고발한다. FBI의 전신인 ‘Bureau of Investigation’이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미국 수사 시스템의 초창기 모습도 함께 다뤄진다. 단순히 충격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악인가’, ‘정의는 왜 늦게 오는가’라는 질문을 조용히 던진다.

2. 스코세이지의 정교하고 섬세한 연출력

그랜저스코세이지는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정교하고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206분에 달하지만, 관객을 질리게 하거나 피로하게 하지 않는다. 그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있어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장면마다 시대적 분위기와 감정을 오롯이 담아낸다. 영화 속 오클라호마 평원은 거대한 스크린에 담겨 더욱 웅장하게 다가오며, 인물의 감정은 한 마디 대사 없이도 시각적 구성만으로도 전달된다. 색감, 조명, 카메라 무빙까지 모두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녔다. 음악 감독 로비 로버트슨은 이 영화의 마지막 작품으로 참여했으며, 그의 블루스 기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러한 요소들은 영화가 단지 서사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종합예술임을 느끼게 한다.


3. 출연진의 뛰어난 연기

연기 면에서도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그야말로 명연기의 향연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양심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니 버크하트' 역을 맡아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아닌, 인간 본성의 회색 지대를 보여주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극 중 조직적인 범죄의 중심 인물인 '윌리엄 헤일' 역으로 등장해, 말 한 마디 없는 순간조차도 오싹한 위협을 전달한다. 그의 존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냉정한 시스템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특히 릴리 글래드스톤이 연기한 '몰리 버크하트'는 영화의 핵심 감정선이다. 그녀는 말보다 침묵으로, 격한 감정보다 절제된 눈빛으로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녀의 연기는 단순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존과 품위를 지키는 강한 인물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Killers of the Flower Moon"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되짚는 역사적 문서이며,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수십 년 만에 다시 세상에 전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오락성과 의미를 동시에 갖춘 영화를 완성했으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오랜 시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역사, 사회, 연기, 연출 모든 면에서 완성도 높은 이 영화는, 진정한 영화 팬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봐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