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Bridget Jones’s Baby, 2016)》는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유쾌하고도 진솔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다. 2001년 첫 번째 작품인 《브리짓 존스의 일기》로 전 세계 관객들의 공감을 얻은 이후, 이번 영화는 무려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인공 브리짓의 또 다른 삶의 전환점을 그린다. 나이가 들고, 커리어도 중년의 안정기에 접어든 브리짓이 어느 날 갑자기 ‘임신’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복잡함 속에서도 여전히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는 한 여성의 성숙한 성장 서사로 읽힌다.
1. 여전히 사랑스럽고, 조금 더 단단해진 브리짓
브리짓 존스는 여전히 덤벙대고 실수도 자주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40대 초반이 된 그녀는 이제 일도 제법 능숙하고, 자신만의 기준도 어느 정도 정립한 커리어우먼이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인 상태에서 맞는 생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결혼과 출산 소식은 그녀의 마음에 공허함을 남긴다. 이처럼 브리짓은 여전히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성상으로 자리한다.
브리짓의 매력은 바로 이 ‘불완전함’에서 나온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그 솔직함이 때때로 불편하거나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순간을 웃음으로 바꾼다. 이번 영화에서는 ‘엄마가 되는 것’이라는 또 하나의 인생 과제를 앞두고 그녀는 더 이상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자신의 결정을 내리는 주체로 성장한다. 영화는 이러한 브리짓의 내적 변화와 독립성을 통해, 여성이 나이와 관계없이 삶의 새로운 국면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 두 남자 사이, 누구의 아이일까? 로맨스와 현실의 줄다리기
영화의 가장 큰 중심 갈등은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가’이다. 한쪽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마크 대로시(콜린 퍼스), 다른 한쪽은 새로운 인연 잭 퀀트(패트릭 뎀시)다. 브리짓은 둘 중 누구의 아이인지 확신하지 못한 채, 혼란 속에서 두 남자 사이를 오가게 된다. 이 설정은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서, 관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은 과거와 미래, 안정과 설렘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마크는 과묵하고 신중한 남자지만, 브리짓에게는 여전히 따뜻한 믿음을 주는 존재다. 반면 잭은 자신감 넘치고, 아이를 함께 키우자고 솔직하게 제안하는 적극적인 인물이다. 브리짓은 두 사람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점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간다. 이 영화는 단순히 "누구를 선택할까"라는 질문보다는, 브리짓이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지가 더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이 점이 로맨틱 코미디를 뛰어넘어 현대 여성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3. 로맨틱 코미디 그 이상, 여성의 삶을 말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는 이전 시리즈가 그랬듯, 여전히 유쾌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많다. 브리짓의 특유의 엉뚱함, 예상치 못한 실수, 그리고 진심 어린 독백은 여전한 공감 포인트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그 웃음 뒤에 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여성의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가볍지만 날카롭게 비춘다.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고, 불완전한 몸매를 가진 여성이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브리짓은 몸소 보여준다.
또한, ‘비혼모’라는 소재를 유쾌하게 다뤘다는 점도 인상 깊다. 영화는 임신과 출산을 ‘고통’이 아닌, 삶의 또 다른 ‘기회’로 표현한다. 브리짓은 자신이 엄마가 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부터, 그 무엇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주변 인물들도 점차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고, 결국 영화는 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얼마나 아름답고 강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는 웃음 속에 현실과 응원의 메시지를 품은 작품이다.
결론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 선택, 책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이야기다. 40대 여성의 삶을 따뜻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삶의 무게를 담아낸 이 작품은, 모든 세대의 여성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브리짓 존스는 더 이상 사랑을 통해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완성된 존재이며, 사랑은 그 위에 덧붙여지는 ‘선물’일 뿐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웃으면서도, 조금은 진지하게 자신만의 ‘뉴 챕터’를 떠올려보게 된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히 사랑스럽다. 브리짓처럼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면 말이다.